백두대간 초점산(삼도봉)에서 분기한 수도지맥修道枝脈이 경남·경북의 도계를 이루고, 이어 경남으로 접어들어 거창과 합천을 가르며 뻗어 내린다. 비계산을 지난 산줄기는 산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광주-대구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를 건너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1,000m가 넘는 산 두 개를 일으켜 세운다. 거창과 합천의 경계에 솟은 오도산과 두무산(1,036.2m)이다. 이 두 산을 정점으로 지맥은 합천으로 접어들며 한껏 수그러든다.오도산吾道山은 웅장하지도, 수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1962년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한국 표범이 생포
여름 끝자락에 경북 문경시 산북·동로면의 공덕산功德山을 올랐다. 공덕산은 전형적인 토산이라 산세가 부드럽지만, 천주산은 암봉으로 북서쪽이 깎아지른 바위벽이라면 남동쪽 산 사면은 거대한 슬랩을 이룬다. 묘봉 능선은 중간 중간 로프가 걸린 암릉이 있어 스릴감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암괴석에 분재 같은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하다. 또 곳곳에 시원한 조망 터가 많아 눈이 즐겁다.산행은 공덕산과 천주산을 연계한 종주산행으로 약 10km의 거리다. 전두구암 버스정류장에서 대승사로 향하는 길가에는 온통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다. 벌써부터 설악산과 지리산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갑자기 추워지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나뭇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린다. 그렇지만 남쪽 산야의 수목들은 그 짙푸른 도도함을 잃지 않고 있다. 경주의 오봉산도 산 색깔이 아직 푸르기는 마찬가지다. 산이 그려내는 자연미에다 1,500년 전 신라의 문화유산도 만날 수 있다.오봉산五峯山 산행은 건천읍 송선리의 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성암사로 향한다. 성암사 앞 계곡을 건넌 뒤 오봉산 동남릉을 따라 261.3m봉~부
통일신라가 전국을 다스리기 위해 지정한 명산대천 대사·중사·소사 삼산오악제도는 이후 한반도 명산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9월호 제목 그대로 ‘고대 명산이 지금도 명산’인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큰 틀에서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기준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신라가 왕도인 경주를 중심으로 후삼국을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다수의 명산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영토를 수호한다는 전략적 개념이 강했다. 대사 삼산은 경주를 호위하는 세 개의 산을 지정했고, 중사 오악은 후삼국의 주요 영역에 해당하는 산들을
가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억새와 단풍이다.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기 전, 먼저 산야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이 산꾼을 유혹한다. 억새는 창녕 화왕산이나 영남알프스의 재약산, 신불산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이 산들은 가을이면 억새보다 사람이 더 많을 지경이라 호젓한 억새 산행을 누리기는 어렵다.거망산擧網山은 억새밭의 규모 면에서는 이 산들에 비할 바 못되지만 한적하게 억새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웃한 남쪽의 황석산과 더불어 덕유산에 뿌리를 둔 함양의 명산으로 이야깃거리도 많다. 산 곳곳에 무학대사가 머물렀다는 은신암을
지리산에서 달려온 낙남정맥이 함안으로 접어들며 여항산艅航山(770.5m)을 일으켜 세웠다. 여항산은 함안의 진산이요, 함안 사람들이 모산母山으로 떠받드는 주산이기도 하다. 여항산은 곽(갓)데미산, 갓뎀goddam산, 요강산 등 이름과 의미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지명에 관한 한 ‘천지사방이 모두 물에 잠겼을 때 여항산의 꼭대기가 배만큼 남았다’는 천지개벽 설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옛 문헌에 ‘남을 여餘’, ‘배 항航’인 ‘餘航여항’으로 표기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인근에 배능재(배넘이재)가 있어 그 의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데 이어 올해 한여름은 작년과 비슷한 초강력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산행과 피서를 함께할 수 있는 곳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계곡산행이 질린다면 한적한 경남 통영의 매물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전망 좋은 바윗길, 동백터널에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섬을 찾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매물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로 구분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그냥 매물도라 뭉뚱그려 부른다. 본래 매물도 하면 본섬인 대매물도를 일컫지만 유명세는 등대섬이 있는 소매물도를 따를 수
낮은 산이지만 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주변의 높고 낮은 산봉우리 중 금동산琴洞山이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벼운 산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가까운 곳에 이보다 더 높은 474m봉이 있지만 이름은 없다. 금동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다. 오른 뒤 내려올 때까지 고구마 형태로 이어지는 연봉들이 엮어내는 합작품이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길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강을 끼고 늘어선 산들은 푸릇푸릇한 봄 빛깔이 짙어 간다. 금동산은 ‘옛날 선녀가 내려와서 거문고를 타고 놀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유래에 그
구암산九岩山은 포항시 죽장면과 청송군 부남면이 경계를 이루는 오지의 산이다. 구암지맥의 이름을 이 산에서 따올 만큼 주변에 제법 알려진 산이다. 환경부 자연보전국의 자료에 의하면 ‘구암산이라는 지명은 산 중간 부분에 있는 9개의 암석군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전설이나 구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기록이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산에 바위굴이 있어 굴암산으로 불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구암산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구암산은 높이로 보나 산세로 보나 포항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워낙
따사로운 봄날 꽃향기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진달래가 연달아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면 산꾼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꽃구경에 마음이 설렌다. 뒤이어 만개할 벚꽃의 그윽한 정취가 그립다. 제대로 된 벚꽃을 보려면 경남 창원시 진해구를 빼놓을 수 없다. 마침 4월 1일부터 전국 벚꽃축제 중 최고로 꼽히는 군항제가 열려 벚꽃 구경을 겸할 수 있는 장복산을 찾았다. 장복산은 군항軍港이 자리한 진해구 북쪽 울타리로서 병풍을 두른 듯한 지세를 형성한다. 그래서 예부터 병주屛州라 불리기도 했다. 천혜의 군항이
부산 금정산, 창원 무학산, 대구 팔공산 등은 모두 그 지역의 진산 노릇을 하는 대표적인 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반열에 모두 올라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그 지역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지역의 산꾼도 대부분 소문난 이 산들로 몰린다. 그래서 인근의 다른 산은 비교적 한적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대구의 청룡산靑龍山은 해발 793.6m로 고도가 낮은 산도 아니며, 시내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그런데도 산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팔공산과 앞산의 유명세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금호강을 기준으로
백두대간이 덕유산을 솟구치게 하면서 남덕유산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월봉산을 거쳐 거망산, 황석산, 금원산, 기백산을 빚어 놓았다. 해발 1,000m가 넘는 이 산들은 서로 능선으로 이어지며 깊은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 기암괴석 등 비경을 품고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산군이다.이 중 황석산黃石山(1,192.5m)은 산봉우리 주변에 노르스름한 바위가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함양의 마터호른이라 한다. 안의면安義面의 주산인 황석산은 범상치 않은 바위산으로 풍수에서 말하는 화산火山이다. 이는 산
산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함안의 자양산紫陽山(401.6m)은 산꾼들의 발길을 붙잡는 매력을 감추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호젓해서 좋고, 때론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희미한 산길에 산짐승의 흔적만 남아 있다. 미로 같은 청정 산길에 주변 조망은 기대할 수 없지만 땀 흘리며 오른 산마루에서 마주하는 조망은 벅찬 감동과 희열을 안겨준다. 자양산은 낙남정맥 창원의 광려산에서 분기한 화개지맥에 속한다. 산은 낮지만 넓은 면적은 여느 산 못지않은 넉넉함을 지녔다. 자양산의 산세는 바라보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청도 운문호를 품고 있는 옹강산翁江山을 두고 옹녀와 변강쇠를 연관시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옹녀와 변강쇠는 이 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 에는 ‘옛날에 아주 큰 홍수가 났을 때 옹강산의 한 봉우리가 옹기만큼 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하여 옹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봉우리가 옹기처럼 생겼다고 해 옹기산이라고도 한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자 표기의 ‘옹’이 늙은이를 뜻하는 ‘옹翁’이 아니라 옹기나 항아리를 의미하는 ‘옹甕’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옹翁이 늙은이를 상징한다기보
대구광역시 북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이 진산 팔공산이라면, 남쪽은 비슬산군이 울타리가 되어 분지지역을 형성한다. 비슬산은 천왕봉에서 두 개의 지맥을 분기시킨다. 북동쪽 방면으로 뻗어 내리는 비슬지맥과 청룡지맥이다. 이 두 지맥에서 갈래 뻗은 산줄기들은 수많은 산봉우리를 낳으며 다시 곁가지를 펼쳐 대구시가지의 남녘을 에워싸고 있다. 한편 비슬산에서 북으로 내달리던 청룡지맥은 687.5m봉(닭지만당)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북서쪽에 작은 가지 하나를 남긴다. 그 가지에 솟은 671.1m봉 산릉은 용문산에서 다시 까치봉과 함박
지리산에서 뻗어 내리던 낙남정맥은 함안을 벗어나 창원으로 들어서며 광려산, 대산, 대곡산, 무학산 등을 일으켜 세운다. 이 중 대산은 서쪽에 광려산을 두고 동쪽으로는 대곡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대산은 사실 잘 알려진 산이 아니다.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일부 산꾼에게 알려져 있을 뿐 인근의 마산 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다. 이는 이웃에 마산을 대표하는 무학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대산大山의 지명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산의 북쪽에 정확한 규모와 시기를 알 수 없는 산성山城이 있다고만 전해진다. 대산은 무엇보다도 조망이 좋은
베틀산은 도상거리 120.7km인 팔공지맥에 자리한다. 묘하게도 산의 이름이 베를 짜는 도구인 베틀에서 유래했다. 산의 이름도 재미있지만 주변 조망도 뛰어나다. 고도 300m대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세에 아기자기한 암릉을 잇는 산행의 재미도 쏠쏠하다. 또 산중턱 바위절벽 곳곳에는 역암·사암의 풍화나 해식작용으로 생긴 해식굴이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상어굴’은 베틀산의 명물로 꼽힌다. 베틀산 유래는 세 가지 형태로 전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 온 문익점의 손자 문영이 구미시 해평면에 자리 잡고, 할아버지의 뜻
동대산은 내연지맥에 솟은 산이다. 낙동정맥이 포항지역으로 들어서며 성법령 부근에서 곁가지를 늘어뜨린 것이 내연지맥이다. 마복산(괘령산)~매봉~향로봉~내연산~동대산~바데산~삿갓봉을 잇는 산줄기가 다시 북으로 뻗으며 지맥의 꼬리를 영덕 오십천에 담근다. 이 지맥을 이루는 중앙의 굵직굵직한 산들이 숨기고 있는 계곡은 풍부한 수량으로 여름이면 산꾼들을 불러 모은다.동대산은 그동안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인근 팔각산과 내연산 일대의 삼지봉, 향로봉 등 이름이 꽤 알려진 산들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자락의 상·하옥계곡, 옥계계곡 등
우리나라에는 태고시절 천지개벽 때의 홍수 설화에서 유래된 산 이름이 많다. 이 홍수 설화는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산꼭대기의 좁은 공간에 어떤 형태의 물건이나 동물 등이 존재할 만큼의 넓이만 남았다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물이 넘쳤다는 ‘무넘이고개’, 배가 들락거렸다는 ‘배넘이고개’ 등도 모두 같은 줄거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작대산과 무릉산(565.1m)은 남북으로 마주하며 서 있는 함안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산이다. 창원 북면과 경계를 이루는 산릉으로 연결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흥미롭게도 두 산 모두 천지개벽 때 홍수 설화를